Episode 2. Lying in the fir forest <Pruning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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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의 나는 전나무 숲 한가운데에 누워있었다.

드높은 전나무들은 마치 내가 고생대에 와있는 것처럼,
느껴지게 만들었다.

나뭇결이 서로 부대끼는 바람소리와
들어본 적 없던 낯선 새소리.
이따금씩 퍼지는 고라니들의 울음소리와
들꽃과 풀잎들이 찌르르르 울리는 소리들.

몇 문턱 뒤로 솔잎을 지그시 밟으며
걸어 다니는 산책로의 사람들 발소리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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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 베드에 누워
가만히 눈을 감았다.

나는 바랐다.

나의 크고 작은 잡념들이 
이 나뭇가지 부대끼는 소리에 
터걱터걱 썰려 나갔으면.

가지치기하듯,
그것들이 툭툭 떨어져 결국엔 땅의 거름이 되듯,

나의 지금의 이 잡념들도 모두 이렇게 서걱서걱
바람에 나부끼듯,

때가 되면 가지치기되어 모두 내게 거름 같은 존재들이
될 수 있는 것인지

몇 번의 의심을 혼자서 접었다 놓았다를
반복하다가

숲 한가운데에서 마저 
나에 관해 기울기를 재보는 일은 
너무 어리석은 일 같아
그만두었다.

대신 숲의 정기로
환기라도 시켜야겠다는 생각에
들숨날숨을 열심히 쉬어댔다.

의 상념은 옅어지고, 미래는 짙어지길
바라면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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