Episode 5. Keyboard of July <On a rainy night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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7월의 첫 토요일 밤.
늦은 장마가 시작되었고,
지금 내 방의 큰 창 뒤로는
깊은 밤
깊은 비가 쉴 새 없이, 빈틈없이 가득 내리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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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여름에 태어나서 인지
여름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.
짙은 녹음과 장마, 맑은 흙내음.
7월을 담은 시와 소설, 단편 영화와 드라마.
푸르름으로 가득 찬 풋 아오리 사과와 수박.
냉면과 빙수.
장마 뒤로 이어지는 바싹 타버릴 것만 같은 태양볕과
가벼운 모시 천을 덮고 자는 일.
이 계절의 대부분의 것들을 사랑하기 때문에
혼자 걷는 산보 역시 유독 열심히 하는 계절.
그 결과
1년 중 제일 하이톤이 되어,
나는 여름의 시간에
주로 목표로 했던 무언가를 잘 해내는 것 같기도 하다.
짙은 말차 라테 같은 여름을
깊게 한 모금 들이마시어,
내게 가득 푸르름이 베어지도록 맘껏 두는 계절.
무채색 톤으로 걸어 다니는 나에게
오색 톤을 장맛비처럼 툭툭 투다닥-
씌어주는 것만 같은 계절.
밤 간식으로
수박 몇 조각과 포크를 옆에 두고,
에어 팟 위로는
오아시스의 ' Don't look back in anger'가 흘러나오는
그런 여름을 다시 조우한 밤.
뭐든 해보아야만 할 것 같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