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.
빈 노트 위에 벤다이어그램 원을 그린다.
A는 '나'
B는 '동경(憧憬)'
언젠가
'사람은 대체로 경험해 본 것만큼 나아갈 수 있다'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.
그럼 여기의 나는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 걸까.
‘오늘의 나'와 '동경하는 나'의 교집합의 간격을 얼마나 
모을 수 있는 걸까.

2.
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, 
내가 생각하는 ‘최고의 낭만’은 
열차가 '지하에서-지상으로' 다다라 달려 나가는 순간이다.
긴 지하 속 어두움에서 
터널 밖 철도 위로 달려 나가는 순간.
읽고 있던 책장의 활자들 위로, 
지상의 눈부신 주황빛 아침 햇살이 
열차 안팎의 그림자들과 아롱다롱 춤을 추며 
나를 비추어 지나가는 '찰나'의 어느 시간.
나는 어쩌면 
내가 사랑하는 이 ‘낭만의 시간'들을 모아, 
'오늘의 나'로부터 '동경하는 나'로
교집합의 도달을 도모하려는 걸까.

3.
확신보다 의구심이 더 빈번한 날들, 
좋아하는 일을 계속 한다고 해서, 
좋아하는 내 모습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.
내가 사랑하는 찰나들을 모아 
동경으로의 도달을 도모하는 일은
게을리하지 않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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