Episode 3. My little habits <Line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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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.
습관은
일종의 '선(線)'을 그리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.
누구에게나 저마다 자기만 알고 있는
습관들이 한두 가지씩은 존재하겠듯이,
나에게도 사소한 습관들이 있다.
1
먼저,
나는 매일 출퇴근길 지하철의 CCTV들을
집요하게 찾아내 얼굴도장을 찍는 습관이 있다.
일종의 나의 행적을 남겨두기 위함이랄까.
사실 위치추적 어플을 이용하면 그만 일 텐데,
습관이 되어버린 탓에
익숙한 지하철 구간의 CCTV 위치는 대부분 꾀고 있으며,
매일 제 자리에 가만히 위치하고 있는 CCTV들을 찾아가,
빤히 얼굴도장을 찍고 지나감으로 하루의 걸음을 시작한다.
2
두 번째로,
나는 나의 반경을
내가 '맞춰둔 각도와 위치'에
딱 맞추어 두려하는 습관이 있다.
그리고 꼭 내가 필요한 것 이외에는,
어느 것도 곁에 잘 들이지 않는 편.
그래서 일을 할때도
모니터, 마우스, 키보드
이 세가지 것들만 책상 위에 올려둔다.
식사를 할 때 역시
수저와 젓가락은 줄곧 일직선.
냅킨과 물티슈는 곱게 접어 둔다.
옷차림도 주로 군더더기 없는 취향을 선호하고,
손발톱도 늘 깔끔하게 정리된 편이 좋다.
집에서도
옷, 책, 화장대, 크고 작은 나의 물건들은 모두 본래의 제자리에 딱맞춰 정리해두며
마지막으로 잠자기 전, 머리맡위는 모두 깨끗하게 비워두어야만 잠이 편히 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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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생각한 것 처럼
습관이 한 인간의 선을 그리는 것이라면
나는 일단 지우개자국 한 번 없이,
모눈지 격자 줄을 딱딱 맞춰
선을 긋고 싶어하는 인간일 것이다.
그리고
X, Y, Z 줄곧 스스로 짜 놓은 축 위로만
걸어 다니며 선을 그리기를 선호하는 인간.
그러다 선을 잇는 꼭지점들이
1mm라도 반경 밖으로 흐트러지면
이내 집중이 잘 안되어 버리는.
그래서 어쩌면 남들보다
자신이 그려놓은 간격에
에너지를 유독 더 쏟고 사는 그런 종류의 인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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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내 선은
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
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므로.
'오답'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.
하지만
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
강남구청 7호선 환승구의 CCTV와 눈을 마주치며
빠르게 걸어가던 어느 날.
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.
'때로는 꼭 이 자리의 점을 찍지 않고 지나쳐도 편안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.'
무언가를 더 신경써서 편안한 내가 되는 날보다,
무언가를 덜 신경써서 편안한 내가 되는 날도 있었으면.
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려도 되고,
안되면 다음장에 다시 그려도 그만일
어떤 한 줄이라면,
너무 꼬박꼬박 다음에 놓아 둔 점의 위치를
생각하며 곧게 긋지 않아도
편안한 내가 되는 것도
꼭 틀린 일만은 아니겠다고 생각하며
재빠르게 CCTV를 뒤로하고 걸어간 날이었다.